서울에서 단 두 시간, 바다를 만나고 싶을 때 강릉만큼 완벽한 곳이 또 있을까. KTX를 타고 떠나는 이 짧은 여행은, 시작부터 설렌다. 강릉역에 도착하면 바닷바람과 커피 향이 가장 먼저 나를 반깁니다. 안목해변은 멀지 않아 해변을 따라 걸으면 이어진 카페거리엔 각자의 풍경이 있고, 그곳에 앉아있으면 마치 시간을 잠시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꽉 찬 하루가 됩니다.
도시를 벗어나 푸른 바다로 향하는 마음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길, 회의, 알림 소리로 가득한 스마트폰 화면. 어느 순간부터 이런 일상이 버겁게 느껴집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답답해지고, 아무 이유 없이 피곤한 날들이 이어질때 그런 날엔 복잡한 계획도, 많은 준비도 할 필요없이 기차표 하나만 끊으면 됩니다. 서울역에서 강릉행 KTX를 타고 2시간이면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다 보면 마음속의 매듭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강릉에 도착한 순간, 느릿한 공기와 함께 맞이하는 바닷내음은 도시의 잔소리를 모두 잊게 만듭니다. 차 없이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한 여긴 더 걷고 싶어지는 길들로 가득 하고 . 강릉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안목해변, 경포호, 오죽헌 같은 명소들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나 자신을 더 많이 돌아볼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됩니다. 요즘처럼 바쁘고 무거운 날들 사이에서 강릉은 가볍게 짐을 꾸리고 떠나기에 더없이 여행지 입니다. 짧게라도 도망치듯 떠나, 바다를 보고 커피 한 잔의 온기를 느끼며 멍하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때론 그런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여행 입니다.
걸어도 좋고, 앉아 있어도 좋은 안목해변
강릉역에서 202번 버스를 타고 안목해변에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탁 트인 바다와 길게 늘어선 카페들입니다. 바다와 카페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곳도 바로 여기입니다. 이름 모를 카페에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마시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느려지고 마음도 조용해집니다. 혼자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 아니, 오히려 혼자이기에 더 감성적인 순간이 됩니다. 카페 밖으로 나와 모래사장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가끔씩 파도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벤치에 앉아 있거나, 파도에 발을 담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차 없이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입니다. 주차 걱정도, 운전의 피로도 없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조차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후가 되면 바다는 점점 더 푸른 빛을 머금고 저녁 무렵이면 해변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고, 창밖으로 보는 풍경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습니다. 그 속에서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둘이 나란히 앉은 커플도, 모두가 조용히 제각각의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갑니다.
잠시 멈춘 하루가 다시 나를 살게 한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하루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버텼을까.’ 단순히 바다를 보고 왔다고 하기엔, 강릉에서 보낸 시간은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분명 피곤해서 잠이 들었을 시간인데, 기차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하루를 되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되고 우리는 때때로 멀리 가지 않아도, 길게 시간을 내지 않아도,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강릉은 그런 여행지입니다. 대중교통만으로도 쉽게 닿을 수 있고, 바다와 커피와 햇살이 한꺼번에 어루만져 주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혼자여도 괜찮다’는 감정을 선물해주는 곳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바쁜 하루들이 시작되겠지만, 언젠가 또 마음이 지칠 때마다 다시 강릉을 떠올릴 것입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았던 그 하루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던 그 바다처럼.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가 있었다는 기억은, 앞으로의 날들을 조금 더 단단히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될것입니다. 강릉의 바다는 그렇게 내 안에 오래 머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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