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구경의 묘미, 이 맛에 또 간다!
여행지에서 전통시장을 찾는 건 그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습니다. 반짝이는 간판보다는 어깨를 나란히 한 가게들과, 분주한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구수한 말투,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에서 풍기는 지역 특유의 향과 정서. 이것이야말로 진짜 그 지역을 느끼는 것입니다. 물건을 사는 공간을 넘어, 시장이 곧 여행지가 되는 트렌드도 생겼습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시장 푸드트립'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시장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먹거리를 탐방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와 활기찬 상인들의 인사 소리가 퍼지는 시장은, 사진보다 생생한 감동을 줍니다.
시장 여행은, 먹는 즐거움을 넘어, 도시와 사람, 이야기를 품은 여정이 됩니다.
걷고, 먹고, 정에 물드는 전통시장
전주 남부시장 - 야시장과 청년몰의 융합
전주 남부시장은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성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낮에는 정겨운 재래시장, 밤에는 야시장의 활기로 도시 전체를 밝히는 이곳은 전주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코스죠. 전주하면 떠오르는 비빔밥을 시장 한복판에서도 맛볼 수 있는데, 이 중 ‘왱이집’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각종 방송에도 출연했습니다. 쫀득한 고명과 윤기 도는 고추장이 어우러진 비빔밥 한 그릇은 그야말로 감동의 맛입니다. 시장 내 청년몰은 젊은 창업자들이 전통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만든 공간으로, 수제버거, 타코야끼, 일본식 라멘 등 다양한 글로벌 퓨전푸드가 즐비해 식도락 여행에 안성맞춤입니다. ‘전주 청년몰 김치우동’은 tvN <수요미식회>에 등장하며 유명세를 탔고, 트렌디한 분위기 덕분에 20~30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죠. 특히 야시장이 열리는 주말에는 수제맥주, 바비큐, 국물떡볶이 등을 파는 푸드트럭이 늘어서며 축제 분위기를 더합니다. 전주 남부시장은 맛뿐만 아니라 이야기와 멋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가까운 한옥마을과 풍남문, 경기전 등 문화재도 인접해 있어 하루 코스로 둘러보기 좋으며, 정성 담긴 음식과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이 전주 특유의 따뜻함을 더해줍니다.
통영 중앙시장 - 바다 내음 가득한 먹거리의 천국
경남 통영 중앙시장은 바다를 낀 항구도시 특유의 활력과 풍성한 해산물로 가득한 곳입니다. 가장 유명한 음식은 단연 '충무김밥'인데, 이 시장의 ‘원조 충무김밥집’은 KBS <6시 내고향>에 소개된 바 있으며, 작은 김밥과 매콤한 오징어무침, 깍두기의 조화가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시장 골목에는 싱싱한 활어를 직접 골라 바로 먹을 수 있는 횟집들이 즐비해, 관광객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 집니다. 통영의 명물 중 또 하나는 ‘오미사 꿀빵’입니다. 단팥을 채운 빵에 조청을 입혀 견과류를 뿌린 이 달콤한 간식은 SBS <생활의 달인>에 방영되며 유명세를 탔고, 지금도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매진될 정도입니다. 해물파전과 멍게비빔밥, 통영굴국밥 등도 여행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중 ‘신세계 해물칼국수’는 탱탱한 해물과 시원한 국물맛으로 방송에 자주 소개된 맛집입니다. 시장에서 한 끼를 즐긴 후에는 바로 옆 동피랑 벽화마을, 미륵산 케이블카 등 관광명소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맛과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제격입니다.
강릉 중앙시장 - 전통과 트렌드가 공존하는 먹거리 성지
강릉 중앙시장은 강원도 특유의 투박하고 정감 어린 분위기 속에서 다채로운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명소입니다.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단연 닭강정인데, ‘강릉 명물 닭강정집’은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고, 매콤달콤한 양념과 바삭한 튀김옷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또 다른 명물은 ‘오징어순대’로,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강릉 오징어순대 골목’의 노포들은 오랜 내공이 담긴 손맛을 자랑합니다. 최근에는 ‘커피빵’이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는데, 강릉 커피축제를 계기로 탄생한 이 빵은 커피 향을 머금은 반죽 속에 달콤한 크림이 들어 있어 디저트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메밀전병, 감자옹심이, 장칼국수 등 강원도의 향토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 강릉시장만의 특별함을 더합니다. 시장 구경을 마친 뒤에는 도보로 이동 가능한 강릉 커피거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경포대와 안목해변도 가까워 자연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힐링 여행이 됩니다.
음식이 남기고 간 여행의 온도
역시 여행의 묘미는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입니다. 그리고 전통시장은 그런 음식과 이야기, 사람의 온기를 모두 간직한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먹은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그곳의 짧은 일상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비빔밥과 청년몰을 맛보고, 통영 중앙시장에서 회와 충무김밥을 즐기며, 강릉 중앙시장에서 닭강정과 오징어순대를 먹는 여정은 단순한 먹방을 넘어선 깊이 있는 여행이 됩니다. 전통시장은 우리가 잠시 놓치고 있던 정서, 여유, 그리고 사람의 손맛을 다시 떠올리게 해줍니다. 전주, 통영, 강릉—이 세 도시의 시장은 지역 고유의 정서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푸드트립 코스입니다. 배를 채우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전통시장 여행은, 오늘도 우리에게 가장 다정한 쉼표가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