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여기 저기서 계속 PA간호사란 단어가 나와서 알아보니....
병원에 입원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흰 가운을 입고 의사처럼 일하는 간호사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정맥관 삽입, 수술 준비, 검사 지시, 때로는 처방까지. 언뜻 보면 의사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바로 PA 간호사, 즉 ‘Physician Assistant Nurse’입니다. 의사와 간호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은 오늘날 대한민국 병원 시스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그 존재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죠. 도대체 PA 간호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왜 필요한 걸까요? 그들이 겪는 현실과 논란,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PA 간호사의 정의와 역할
PA는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Physician Assistant’ 제도에서 유래된 개념입니다. 미국에서는 의과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은 후 시험을 거쳐 면허를 받고 독립적인 의료행위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PA 간호사는 정식 면허나 법적 지위를 갖춘 직군이 아닌, 간호사 중에서도 수술실·중환자실·응급실 등에서 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전문 간호사들을 일컫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보조를 넘어, 혈관 삽입, 수술 전 준비, 각종 검사 지시, 의무기록 작성, 심지어 처방전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전공의(레지던트)의 수가 줄어든 대학병원에서는 PA 간호사가 전공의의 역할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PA 간호사는 의료진 사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통합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병원 시스템 속에서 환자 진료가 차질 없이 이어지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이며, 때로는 실제적인 진료 주체이기도 합니다.
법적 지위 없는 그림자 노동
문제는 PA 간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이들이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정의도, 자격 제도도 없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병원 내 자체 교육이나 경험에 의해 해당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불법의 경계에 놓인 의료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셈입니다. 법적인 보호가 없다 보니 책임 문제도 복잡해집니다. PA 간호사가 실수로 의료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병원은 "의사의 지시였다"고 주장하고, 의사는 "간호사의 자의적 판단"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PA 간호사들은 일반 간호사보다 높은 수준의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추가 수당이나 인사적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병원 입장에선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유리한 구조이지만 노동 착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공의 부족의 그늘… 그리고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
PA 간호사의 급증은 단순히 병원의 편의 때문만은 아닙니다. 2015년부터 시행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제도’는 전공의의 근무 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 전공의가 담당하던 야간 진료, 응급 대응 등의 공백이 생겼고, 이를 PA 간호사가 메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의사 수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PA 인력을 운용해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질과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PA 제도를 정식 자격화하고 국가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미국처럼 일정한 교육과정을 통해 PA 면허를 부여하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의료행위를 하도록 허용하자는 뜻입니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의 영역은 의사만이 수행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죠.
PA 간호사의 미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PA 간호사는 이제 단순한 병원 내부 인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체계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법적·제도적으로는 아직 ‘그림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죠.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입니다.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자격 체계를 마련하며, 그에 따른 보상과 책임을 함께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의료진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PA 간호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며,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때, 의료현장은 더욱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름 없이 존재해온 그들의 전문성과 헌신이, 이제는 제도의 이름으로 보호받아야 할 때입니다.